내가 다 민망하더라.”

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(27)의 일명 ‘갈까말까’ 모션을 볼 수 없게 됐다. 김태형 감독은 2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위와 같이 얘기했다. 황성빈의 위와 같은 행위는 일각에서 상대를 자극하는 행위로 읽혔던 게 사실이다.

주자는 1루에 나가면 당연히 스킵 동작을 한다. 실제로 다리를 움직이며 1루에서 2루로 뛸 기회를 엿보는 건 정상적인 행위다. 그러나 상체를 웅크리고 투수를 바라보며 발을 움직이지 않고 무릎을 ‘폈다 굽혔다’를 반복하며 2루로 뛸 듯 말 듯한 동작은 일반적인 행위는 아니다.

황성빈은 그동안 갈까말까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. 지난 26일 광주 KIA전서도 1루에 출루한 뒤 그 동작을 시전했다. 양현종이 하필 좌투수라서 자연스럽게 황성빈과 눈이 마주쳤다. 양현종은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으나 언짢아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.

양현종은 26일 경기 후 “그 선수는 투수를 괴롭혀야 하는 입장이다. 그게 그 선수의 할 일이다. 그라운드에서 그런 플레이를 하는 게 그 선수의 트레이드 마크다. 나는 동요하지 않으려고 했다”라고 했다. 대투수답게 타 구단 후배를 너그럽게 감쌌다.

그러나 롯데 김태형 감독이 제지에 나섰다. 담당 파트 코치를 통해 ‘갈까말까’를 하지 마라고 지시했다. 김태형 감독은 헛웃음을 지으며 “내가 다 민망하더라”고 했다. 그러면서 “그런 건 상대를 자극하는 것이다. 감독들끼리 예전에 그런 얘기를 했다. 3루에서 그런 비슷한 동작을 하지 말자고 했다”라고 했다.

또한, 김태형 감독은 “성빈이는 안 해도 되는 걸 과하게 한 것 같다. 뭐 한 번 정도는 괜찮은데, (계속 습관적으로 ‘갈까말까’를 하는 건) 좀 그렇다.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. 상대야 신경 안 쓴다고 하는 게 맞지만, 불필요하게 계속하면 자극하는 것이다. 내가 상대 감독이라도 상대를 자극하는 것으로 보일 것 같다”라고 했다.

김태형 감독은 특유의 위트도 잊지 않았다. “원래 경기에 계속 나가는 애들은 그런 걸 안 한다. 어쩌다 한번씩 나가는 애들이 그런다”고 했다. 황성빈은 현재 롯데의 확고한 주전 외야수는 아니다. 올 시즌 4경기서 3타수 1안타 타율 0.333 1볼넷.

27일 광주 KIA전에는 7회초 1루 대주자로 등장했다. 정말 황성빈의 무릎은 이번엔 얌전했다. 정상적인 스킵 동작을 한 뒤 홈까지 파고 들어 득점을 올렸다. 자신의 임무를 100% 해냈다.